환경부가 전기버스 보조금 차등 지급을 위한 세부 항목을 신설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른 효율계수 범위를 정하고 보조금을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 경우 국내 판매중인 중국산 전기버스는 충족 조건에 못 미쳐 보조금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국내 및 수입 판매 중인 전기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의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적용되는 배터리 효율계수를 신설하고 네 가지 범위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620Wh/ℓ 이상이면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520~620Wh/ℓ 미만이면 20%, 400~520Wh/ℓ 미만일 경우 40%, 400Wh/ℓ 아래로 내려가면 70%까지 깎인다는 조건이다.

 이후 배터리 에너지 밀도 차등 조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최초 도입 연도임을 고려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조정안을 내놨다. 500Wh/ℓ 이상이면 100%, 450~500Wh/ℓ 미만이면 10%, 400~450Wh/ℓ 미만일 경우 20%, 400Wh/ℓ 아래로 내려가면 50%까지 깎인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은 터무니 없는 보조금 범위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 밀도 자체의 기준이 높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 더욱이 보급평가 규정상 에너지 밀도는 350Wh/ℓ만 넘으면 충족하도록 돼 있는데 추가적으로 차등 규정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환경부는 350Wh/ℓ 기준은 보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 요건이라고 밝히며 에너지 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은 고성능 차 확산, 배터리 기술 혁신, 자원순환 촉진 등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부가 설정한 단위 Wh/ℓ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뜻한다. 밀도가 높을수록 부피 대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새 보조금 차등 지급 기준 범위를 채택하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대부분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버스는 최소 단위인 400Wh/ℓ를 넘기지 못하는 전기버스가 상당수다. 이 경우 국고보조금 7,000만원의 절반만 받게 된다. 지자체 지원까지 더해 1억원을 훌쩍 넘겼던 보조금이 반토막 나는 셈이다. 반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 전기버스는 효율이 높아 보조금 지원이 유리하고 시장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새 기준은 대부분의 수입 전기버스가 충족하지 못한다"며 "인산철 배터리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인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환경부는 "보조금 체계 개선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을 뿐 지침이 확정된 게 아니라며 지금 당장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검토 중인 차등지급 범위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와 판단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효율로 연결되는 만큼 더 멀리 갈 수 있는 제품에 지원을 늘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한편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전기버스 활성화 및 기술 육성에도 도움을 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지만 사실 차등 지급은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 자국 출시 전기차를 평가하는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 제도를 통해 자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있어서다. 이에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전기버스는 보조금을 지급했고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와 비교해 환경부가 정한 새 지급 체계가 오히려 어느 정도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심지어 당시 중국은 수입 전기버스에 대해 보조금을 전혀 주지 않았던 반면 이번 제도에선 최소 절반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만큼 상호평등을 위해서도 노력했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더 이상 보조금에 기댈 수 없게 한 만큼 오로지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세계적으로 자국 경제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전기차 산업 촉진도 포함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