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상과 현실,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입력 2022-12-15 13:25 수정 2022-12-15 13:25

-레벨4 기술 탑재된 자율주행버스

-앱과 연동성, 지능화된 기술 인상적

-예민한 감각과 느린 속도는 숙제로 남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이 탑재된 차를 직접 타고 이동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서울시가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을 시작한 전기 자율주행 버스가 주인공이다. 버스 2대가 청계광장과 세운상가를 왕복하며 미래 이동 비전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직접 체험을 통해 기술 발전과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봤다.

전기 자율주행 전용버스는 총 3.4㎞ 구간을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탑승 정류소는 청계광장 남측과 세운상가 앞 두 곳이며 서울 자율주행 전용 스마트폰 앱 'TAP!'을 설치한 뒤 이용 가능하다. IT 강국답게 앱 연동성은 물론 탑승 과정은 무척 쉽고 간단했다. 탑승 예정시간과 좌석 표시, 현재 몇 명이 타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었고 정확히 시간에 맞춰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류장도 마찬가지다. 차의 진행 방향과 실시간 도착 과정을 손 쉽게 알 수 있다.

10분 정도 기다린 후 차가 왔다. 생김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둥근 차체와 작은 크기를 앞세워 기동성을 확보했고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해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현행법에 따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자 1명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이를 제외한 탑승 및 움직이는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졌다.

운전석에는 커다란 모니터와 디지털 계기판, 전자식 사이드미러 화면 등으로 가득했다. 변속기를 제외하면 물리 버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최대한 깔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테슬라와 비슷한 구조의 UI를 바탕으로 차와 주변 사람 및 사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탑승자는 위쪽에 설치된 와이드 모니터로 주행 상황과 각종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주행은 기대만큼 만족을 주지 못했다. 먼저 속도가 무척 느리다. 앞에 장애물이 없는 길에서도 시속 10~15㎞ 내외로 천천히 움직인다. 또 횡단보도 앞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정차한 뒤 출발해 더욱 더디게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오토바이나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자율주행 버스가 양보하며 멀리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는 과정을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적잖이 당황스러운 장면도 연출했다. 승차감은 당연히 좋을 수 없으며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안락함보다 불안과 불편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직선구간을 지난 뒤 가장 조작이 큰 U턴 초입에 진입했다. 이 곳에서는 수동 모드로 전환해 사람이 직접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안전을 위한 방법이지만 레벨4 수준을 감안하면 기대감이 살짝 희석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약 3km 구간을 통과하는데 25~30분 가량이 소요됐다.

이번 서비스는 일상 속 자율주행을 위한 초기 단계로 데이터 수집과 인지, 학습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낮은 속도와 수 많은 변수에 대한 민감한 대응, 다소 부족한 능동적 판단이 승차감 및 보편성과는 거리를 두는 느낌이다. 이동 혁신을 가져올 완전자율주행은 기대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대목이다. 그만큼 기술적 개선을 거쳐 보다 완벽한 구현에 매진할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