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기아차에 대한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기아차가 20일 신형 K5를 내놓으며 르노삼성 SM5 TCE를 깎아내렸기 때문. 통상 특정 제품 출시 때 경쟁사 제품 평가는 하지 않는 관례에 비춰 기아차가 도를 넘었다는 게 르노삼성의 판단이다.

르노삼성차 SM5 TCE(1.6ℓ 직분사 터보)

 사건은 K5 신차발표회에서 비롯됐다. 발표회장에서 최근 SM5 1.6ℓ 직분사 터보 출시와 관련, K5 터보 계획 질문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기아차 국내 상품팀 정선교 부장은 "터보 차종을 찾는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고성능에 대한 니즈가 있는 층이고, 다운사이징을 위해 터보를 선택한 SM5 TCE와 고성능을 추구하는 K5 터보와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며 "SM5 TCE는 저배기량에 고가격 정책을 취했는데, 이번에 책정된 K5 가격이 경쟁사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아차는 8월에 출시할 K3 쿱에 1.6ℓ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고 말한 뒤 한국 소비자는 호불호가 확실하고, 다운사이징을 위한 터보 엔진을 활용하는 건 현재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르노삼성이 뿔난 것은 제품에 대한 평가 절하다. '저배기량 고가격'이라는 말로 SM5 TCE의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것.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기아차 2.0ℓ 직분사 터보야말로 실생활에서 별 다른 효용성이 없는데 가격만 비싸다"며 "2.0ℓ 터보 고성능이라면 300마력 이상은 돼야 하지만 그렇지도 못한 데다 효율도 SM5 TCE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차 발표회에서 경쟁사 제품을 헐뜯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이 반박의 근거로 내민 것은 성능과 효율이다. 기아차 2.0ℓ 터보와 SM5 1.6ℓ 터보를 비교할 때 성능은 K5 2.0ℓ가 숫자상 낫지만 실생활 영역에선 오히려 SM5 TCE가 제격이라는 것. 게다가 소비자에게 중요한 효율 또한 SM5 TCE가 K5를 훨씬 능가한다는 설명이다. 

기아차 더 뉴 K5

 실제 양사가 제시한 제원표에 따르면 SM5 TCE는 1,618㏄로 최대 190마력, 24.5㎏.m의 엔진 힘을 발휘한다. 반면 K5 2.0ℓ 터보는 1,998㏄ 엔진에서 최대 271마력, 37.2㎏.m의 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두 차종의 공차 중량이 각각 1,525㎏(SM5 TCE), 1,520㎏(K5 2.0ℓ 터보)인 점을 감안할 때 움직임은 K5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SM5 TCE는 표시연비가 높다. 복합 기준 ℓ당 13㎞로 10.3㎞에 불과한 K5 2.0ℓ 터보를 크게 앞선다. 이외 고속(SM5 TCE 15.7㎞/ℓ, K5 터보 12.8㎞/ℓ)과 도심(SM5 TCE 11.3㎞/ℓ, K5 터보 8.9㎞/ℓ)에서도 효율이 K5 터보 대비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270마력 중형차가 실생활에서 과연 효용성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SM5 TCE는 일상 생활에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체감하도록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삼성이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것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질의와 응답이 오가는 가운데 발언된 내용이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일상적인 발표회에서 나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신차발표회에서 경쟁사 제품의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쟁은 하되 평가절하 등은 상호존중 차원에서다. 그러나 최근 경쟁사 깎아내리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볼보의 기업철학을 지적했다가 항의를 받았고, 독일 A사도 경쟁사 언급을 했다가 사과한 일도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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