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수입 트럭 시장에 역대급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에 진출한 제조사들이 굵직한 신차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어서다. 이 가운데 수입 상용차 2위의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최근 대형 트랙터인 TGX와 중대형 트럭 TGM, 중소형 트럭의 TGL을 한꺼번에 내놨다. 새 트럭 라인업은 만트럭이 20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완전변경 제품들이다. 오랫동안 개발한 만큼 새 차가 기존에 없던 트럭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신형 TG 라인업을 모두 시승하며 시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낱낱이 살펴봤다. 

 트럭의 꽃은 캡(Cab)이다. 신형 TG 라인업의 캡은 만트럭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이 여전히 낯을 메꿨다. 독특한 점은 유기적인 선이 거의 없음에도 만트럭의 상징인 사자의 얼굴이 떠오르는 점이다. 그럼에도 각 제품별로 형태를 조금씩 다르게 해 차급의 차이를 뒀다. 'ㄱ'자 형태의 헤드램프 역시 제품마다 구성의 차이를 보인다. TGX는 LED를 적극 활용한 반면, TGM과 TGL은 일반 전구를 끼워 넣었다. 그릴 형태의 대형 플라스틱 패널은 블랙 하이그로시 대신 매트 블랙으로 바뀌었다.

 캡 곳곳에는 공력 성능 향상을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전면부의 양쪽 모서리에는 코너 베인을 설치해 주행 중 공기 저항을 줄였다. 사이드 미러는 시야각을 유지하되 뒤쪽으로 꺾었다. 차체가 큰 TGX와 TGM의 펜더는 주행 중 노면의 오염물이 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덮개 형태로 만들었다.

 캡 외관에는 재미있는 요소들도 있다. B필러에 장착한 쿼터 글라스는 창의 기능을 상실한 장식용이다. 캡 내부의 좌석 뒤편에 위치한 휴식 공간은 프라이버시가 필수다. 그만큼 투명한 창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럼에도 가짜 창을 만들어 외부에서 실내가 더 넓어보이게 끔 마감했다. 유리 뒤쪽에는 3개의 날카로운 돌기를 배치했다. 사자의 갈퀴를 떠올리는 형태지만 그 각도가 창틀이나 다른 요소와의 연관성이 적어 어색하게 보인다.

 캡 색상은 엔진 출력 및 차종에 따라 다르다. 네 가지 색상의 TGX는 640마력의 플래그십 제품이 검정색(블랙 블루), 580마력이 짙은 청색(미스틱 오션), 510마력이 노란색(골든 토파즈), 470마력이 흰색(퓨어 화이트)이다. TGM은 푸른 빛이 도는 회색(실버 그레이)을 칠했으며 TGL은 흰색(퓨어 화이트)으로 마감했다. TGX의 경우 높이에 따라 두 가지의 캡을 제공하는데 기존 XXL 캡은 GX로, XLX 캡은 GM으로 구분한다. GX는 이층 침대를 넣을 정도로 거주성이 높다.

 새 TG 라인업의 실내는 대시보드 형태가 세련되게 바뀐 점과 동시에 편의성을 향상했다. 특히 기어 조작 방식이 바뀐 점이 두드러진다. 오랫동안 만의 제품은 센터페시아에 배치한 다이얼을 통해 기어를 바꿨다. 그러나 이젠 스티어링 휠 뒤편에 위치한 레버를 돌리거나 누르면 된다. 예전보다 변속을 위해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돼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다임러트럭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점은 유감스럽다.

 TGX는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조그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셀렉트를 추가했다. 스마트 셀렉트는 BMW i드라이브, 아우디 MMI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상용차 분야에 처음 쓰였다. 다이얼이 스티어링 휠 근처에 있는데다가 손목을 거치할 수 있는 받침대도 갖춰서 조작이 편하다.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도 돋보인다. 이밖에 TGX는 주차 브레이크와 배터리 잠금 장치를 전자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비록 TGX에서만 볼 수 있는 품목들이지만 향후 TGM, TGL에도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TGM, TGL은 5인치 LCD 계기판 패널과 8인치 모니터를 제공한다.

 새 트럭 제품군은 공간에 대한 개선도 대거 이뤘다. TGX는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 간이 트레이를 설치했으며 510마력 제품에는 회전 기능을 제공하는 접이식 조수석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 TGX, TGM, TGL 세 차종은 침대 아래에 외부 수납함과 통하는 수납공간과 냉장고를 갖췄다. 동급 최대 캡을 지닌 TGL은 여전히 넓다. TGX, TGM과 비교해도 높이만 달라 보일 정도다.

 동력계, 섀시를 비롯한 핵심 요소는 이전 TG 라인업과 거의 같다. 트럭의 제품 주기가 긴  만큼 배출가스 규제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변화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럭에게 '완전변경'이란 말은 캡에 적용되기 마련이다. 신형은 종감속비를 손봐 주행 효율을 높인 수준에 그쳤다. 덕분에 최고속도(90㎞/h)에서도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TGX는 15.2ℓ의 D38과 12.4ℓ의 D26 엔진을 얹는다. D38은 580·640마력, D26은 470·510마력에 적용한다. 두 엔진 모두 직렬 6기통 구조는 같지만 배기량에 따른 성능 차이는 확연했다. 주력 제품인 500마력대의 두 엔진만 비교해도 초반 가속에서의 템포가 다르다. 타이어도 엔진에 따라 다르게 장착한다. D38은 미쉐린(라인에너지Z·D)를 채택하며 D26은 한국타이어(AH31·DL10+)를 쓴다. 전진 12단, 후진 2단의 팁매틱 변속기는 변속 충격에는 관심이 없는 듯 효율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추며 기어를 바꾼다. 제동력은 믿음직스럽다. 물론. 트레일러를 끌면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리타더를 기본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듬직하다.

 TGX의 이피션트크루즈는 이제 GPS를 활용해 주행 경로 3㎞ 앞까지의 지형을 미리 살피며 효율적인 주행을 도울 수 있게 됐다. 다임러트럭의 지형 예측형 크루즈 컨트롤+와 비슷한 방식이다. 자전거를 탈 때처럼 오르막길 직전에 속도를 더 올려놓거나 내리막길에선 탄력주행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짧은 시승 구간에서 경험하지 못했지만 다임러트럭의 시스템을 경험한 적을 떠올리면 꽤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능도 지원한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